'잘 한다'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?
너무 자주 들어서 안다고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
'잘 한다'라는 것이다.
그런데 도대체 이 '잘 한다'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?
영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앞서서 이 '잘 한다'는 말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.
어쩌면 이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을 때 진짜 영어 공부가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.
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
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달리기를 '잘 하는' 아이가 인기가 제일 많았다.
그 이유는 지금 생각 해봐도 잘 모르겠다.
그런데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.
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
언젠가부터 나는 운동회 때 릴레이 반 대표가 되어 있었고
학교 대표를 뽑을 때면 치열한(?) 경쟁에서 이겨 대표로 나가곤 했다.
심지어 한 학년 위의 형들이 나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같이 붙자고 하는 일도 있었다.
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'잘 하는' 아이가 되어 있었고
막연하게나마 달리기 선수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.
하지만
각 학교에서 대표로 모인 아이들과의 달리기 경주에서 나는 그 꿈을 접었다.
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달리기 선수가 된다는 것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.
수 많은 아이들이 참여한 대회에서 나는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.
즉,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는 말이다.
나는 달리기를 '잘 하는' 아이가 전혀 아니였던 것이다.
*
달리기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하나다.
사람들이 뭔가에 대해 '잘 한다'고 말하고 믿는 경우는 상대방과 자신을 '비교'를 했을 때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.
상대방이 나보다 못 하면 나는 잘 하는 것이지만,
상대방이 나보다 잘 하면 나는 못 하는 것이 된다.
그리고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 '비교'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.
그렇기 때문에 그 '비교'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방법들이 등장하는 것이고.
영어 또한 예외는 아니다.
영어를 '잘 한다', '못 한다'라는 말을 하려면 상대방과 나를 비교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.
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험을 통해 '점수'라는 기준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.
나는 영어 공부 뿐만 아니라
인생의 많은 부분에서
이 '잘 한다'는 말의 함정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.
이 함정에서 벗어나야,
남과 비교하지 않게 된다.
잘못 된 기준에 목숨 걸지 않게 된다.
남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.
조급해 하지 않게 된다.
다음 글에서는
그렇다면 과연 '영어를 잘 한다는 것'이 무슨 말인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.